국내 액셀러레이터들의 문제점

국내 엑셀러레이터 업계가 스타트업들에게 가치를 제공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물론 훌륭한 엑셀러레이터들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액셀러레이터 그리고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사업 성장에는 전혀 도움 안되다. 오히려 시간만 뺏기고 마이너스다”. 이것이 스타트업 창업자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나 엑셀러레이터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물론 이는 액셀러레이팅 업계가 성숙해지고 성장하면서 나아질 수 있는 문제고 꼭 나아지기를 바란다.

엑셀러레이터들의 고객 정의 및 구조적 문제

액셀러레이터들의 고객 정의 및 우선순위에서 스타트업은 뒷전인 것이 큰 문제이다.

엑셀러레이터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고객은 정부, 지자체 및 대기업 그리고 LP 투자자들로 정의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운영 측면에서 주 고객은 정부 및 지자체이며, 펀드 운용 측면에서는 LP 투자자들이다. 물론 이 두 고객군은 겹치는 측면이 있다.

스타트업도 액셀러레이터의 고객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액셀러레이터 입장에서 돈을 지불하지 않는 고객이자 투자 대상이다.

스타트업은 돈을 지불하지 않지만, 스타트업이 있어야만 액셀레러이터가 존재할 수 있다. 마치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에서 일반 사용자들은 돈을 지불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없으면 카카오톡의 비즈니스적 존재 가치가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카카오톡은 고객들에게 ‘커뮤니케이션/소통’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들은 스타트업들에게 ‘성장’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스타트업들이 비난하기 어려운 구조

카카오톡은 최근 여러 서버/해킹 이슈로 본래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자 고객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대다수의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에게 ‘성장’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들은 액셀러레이터들을 쉽게 비판하지 못한다. 각종 지원 및 투자를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마음에 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어떤 창업자는 국내 엑셀러레이팅 업계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하루만에 지웠다. 왜 글을 지웠냐고 물어보니 주변에서 지우는 것이 좋겠다고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고객의 비판에서 자유로운 구조 때문에 이 엑셀러레이팅 업계는 여러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인물처럼 잘 바뀌지가 않는다.

스타트업에게 ‘성장’이라는 가치를 줄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들이 얼마나 있을까?

창업자 출신이 없는 액셀러레이팅 업계

대다수 국내 엑셀러레이터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다. 액셀러레이터 구성원들의 이력을 면밀히 살펴보면 창업 유경험자들은 극히 적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0% 미만일거라고 확신한다. 그에 반하여 외국 엑셀러레이터는 창업자 출신이 굉장히 많다.

액셀러레이터가 제대로된 가치를 스타트업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창업 경험이 있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는 마치 스포츠업계에서 해당 종목의 감독이 해당 종목의 선수 출신이 것이 상당히 도움이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축구 감독은 축구 선수 출신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엑셀러레이팅 업계의 대부분 인력은 비창업자 출신이다. 대부분이 금융업계(증권사, 회계법인 등), 대기업, 정부 기관 출신이 많다. 이들의 전문성이 도움은 되지만 액셀러레이터로서 스타트업으로 줄 수 있는 가치는 제한적이다.

각자의 전문적인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도움은 줄 수 있겠지만 창업자로서 도움되는 조언을 주기에는 그들의 경험이 창업에서 필요한 역량과 매치되기는 부족하다. 마치 운동으로 치자면 피트니스 코치나 통역/번역가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종합적인 조언을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액셀러레이터들의 전문성 부재

액셀러레이터들의 산업 전문성 부재도 큰 문제이다. 사실 액셀러레이터들의 이름만 가리고 보면 그들이 말하는 도움의 방법은 모두 똑같다. “후속 투자유치 도움, 전문가 연결, 고객 소개, 사업 개발, IR 코칭”.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결국 비즈니스를 통한 성장이기 때문에 “사업 개발”이나 “관련 업계 고객/전문가 소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들은 거의 없다. 액셀레레이터들은 대다수가 제널러리스트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스타트업 입장에서 그냥 본인이 있는 업계 내에서 소수문하는게 훨씬 빠르다.

가장 최악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유명한 기업 이름만 주구장창 이야기하고 막상 소개해달라고하면 묵묵부담인 경우다.

큰 엑싯 경험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야

모든 명감독이 명선수 출신이 아니듯이 모든 액셀레러에터들이 큰 엑싯을 경험한 사람이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명선수는 명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크게 엑싯한 창업가일수록 좋은 액셀러레이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창업 경험에서 다양한 up and down을 겪은 창업가가 줄 수 있는 조언이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악은 스타트업 존중하지 않는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창업자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액셀러레이터들은 스타트업은 뒷전인 액셀러레이터들이다. 그리고 유독 비창업자 출신의 액셀러레이터일수록 스타트업은 뒷전이고 정부/기관만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높다.

정상적이라면 이러한 액셀러레이터들이 오래가지 못하여야 하는데,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들은 비판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특성 때문에 여전히 잘 생존해 있는 곳들이 많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라면 제발 스타트업을 고객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본 글은 익명의 창업자로부터 기고되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의 문제를 제보하고자하면 revivablekr@gmail.com 으로 제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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